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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번째 사랑을 기리는 노래 / 성석제

서른번째 사랑을 기리는 노래 / 성석제


  첫사랑은 두번째 사랑을 낳고 두번째 사랑은 세번째 사랑을 낳고 
  세번째 사랑은 다섯번째를 여섯번째는 열세번째를 낳고
  네번째 사랑은 첫사랑을 닮고 일곱번째 사랑은 아무것도 닮지 않아 하늘에서 떨어진 열매 같고
  여덟번째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네
  아홉번째 사랑은 시작하는 순간 끝났고 열번째는 버스 안팎에서 나눈 짧은 눈웃음
  서서 한 사랑 누워서 한 사랑 밥 먹으며 한 사랑
  바다에서 산중에서 길에서 실을 끌고 다니는 바늘처럼 밖과 안을 구별없이 꿰매댄 사랑 
  노래로도 글줄로도 꾸밀 수 없는 사랑
  처음부터 끝까지 신음인 사랑이 있고 이목구비 잘 갖춰진 산삼처럼 돈도 쓸개도 시간도 아름다움도 다 비벼댄 사랑도 있고 헐벗은 사랑이 있고 
  사랑을 사랑하는 이상한 사랑도 있었네
  
  바라기는 서른번째 이 사랑이 이전의 형님뻘 사랑과 앞으로 따라올 사랑 어느 것과도 닮지 않기를